북한의 화장품 자랑과 한국의 K-뷰티 북한의 화장품 자랑과 한국의 K-뷰티 지난달 31일자 노동신문을 보니 신의주화장품공장을 자랑하는 ‘봄향기’라는 장문의 정론이 나왔더군요. 그런데 글은 진짜 엄청 긴데 같은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실제 팩트, 즉 사실은 한 줌도 안 되는 겁니다. 솜사탕처럼 각종 미사여구만 가득 붙였지, 정작 정보는 없다시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전달한다는 신문이란 이름에 걸맞게 독자가 읽고 “아, 이건 이렇구나”하고 새롭게 알게 될 사실은 거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용이 없는 글을 길게 쓰느라 진짜 고생하겠다 싶습니다. 김정은이 이달 초 신의주화장품공장에 가서 칭찬했으니 가서 글을 써야겠는데, 쓸 것은 없고, 머리 짜내고 짜내서 쓴 것이겠는데 고생은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렇게 글을 쓰면 누구도 읽지 않습니다. 그 정론에서 제가 눈에 들어온 구절이 있습니다. 신의주화장품을 자랑하면서 “수십 개 나라의 무려 수천 명 전문가들이 연구 개발하여 많은 특허를 받았다는 제품보다 더 훌륭한 경지를 보여주어 세계를 놀래웠다”는 대목입니다. 세계 수천 명 전문가들보다 더 잘 만들었다는 것은 과연 사실일까요? 그게 사실이면 무슨 항목의 화장품이 다른 어떤 제품에 비해 분석결과 얼마나 더 좋았는지, 그게 언제 실험했는지, 누가 실험했는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실험인지 이런 것들을 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못쓰면 거짓말인 것입니다. 그리고 신의주 화장품이 꽤 쓸만하게 발전한 것은 인정하는데, 아직 세계에 나가서 호평 받을 정도와는 격차가 너무 크죠. 저는 북한이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에는 주목합니다. 사실 화장품이란 것이 그 나라의 생활수준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는 분야입니다. 먹고 사는 게 어려우면 언제 얼굴에 뭘 바를 생각을 못합니다.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가 풀리면 그 다음에 얼굴 예쁘게 보이는데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죠. 중국이 대표적입니다. 예전에 중국 사람들 얼마나 더러웠습니까. 안 씻기로 유명한 나라가 중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경제가 발전해서 먹고 살만 해지니 이제는 얼굴에 바르는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화장품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해서 지금 중국은 세계 2위의 화장품 소비국이 됐습니다. 지난해 화장품 가장 많이 소비한 국가가 미국인데 870억 달러가 넘고, 그 다음이 중국인데 535억 달러, 3위가 일본으로 360억 달러였습니다. 한국은 125억 달러 정도로 세계에서 화장품 소비 9위 국가가 됐습니다. 작년까지 8위였는데,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가 요즘 들어 얼굴에 막 바르기 시작하면서 9위로 밀려났습니다. 그래도 5000만 인구에 9위면 대단히 화장품 많이 쓰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 여성들이 화장품을 엄청 씁니다. 여러분들도 보겠지만, 북한 여성들과 비교하면 남쪽 여성들이 한민족이지만 얼굴 광택이 완전히 차이나죠. 외국인들조차 한국여성들은 왜 피부가 좋냐고 놀랍니다. 알고 보면 한국 여성들의 피부는 엄청난 노력의 산물입니다. 서양 여자들은 기껏 2~3개 정도 바르는데, 한국 여성들은 화장할 때 5~7겹 바릅니다. 그래서 뭘 저리 화학제품 많이 바르냐고 놀라긴 하는데, 요즘 들어 이게 먹힙니다. 한국 화장품 바르는 법이 세계적 유행이 되고, 동시에 한국 화장품도 엄청나게 인깁니다. 제가 선전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고, 실제 중국에서 수입화장품 판매 1위가 한국제입니다. 여기 서울 명동에 가면 중국인들이 화장품만 정신없이 사갑니다. 그게 돌아가서 최고 선물이랍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같은 데는 한국 화장품의 위상이 거의 프랑스 명품 화장품 위상입니다. 전 세계 모든 좋다는 화장품이 다 몰려드는 미국에서도 여성들이 요즘 한국 화장품 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옛날부터 화장품하면 샤넬, 디올 이런 프랑스 화장품이 최고라는 것은 북한도 다 압니다. 그런데 그 프랑스와 유럽에서도 이젠 한국 화장품을 많이 사갑니다. 아직 명품 반열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래도 가격 대비 제일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게 난 겁니다. 이런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회사들이 화장품 팔아서 40억 달러 넘게 벌었습니다. 매출이 아니라 실제 팔아서 남긴 돈이 40억 달러 넘는 겁니다. 북한이 아무리 잘 나갈 때도 온 나라 무역 다 합쳐도 1년에 40억 달러 수출하지 못했는데, 한국은 이윤을 남긴 것만 40억 달러니, 수출액은 몇 백억 달러 되지 않겠습니까. 한국은 화장품 한 개 품목 수출만 따져도 북한 수출입 총액의 몇 배가 훌쩍 넘는 겁니다. 놀라운 거죠. 세계에서 화장품 제일 많이 만들어 매출 1위를 하는 회사도 우리나라 회사입니다. 1년에 한 10억 달러어치를 파는데, 저번에 이 회사 회장님과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이시더군요. 이분이 비록 어렸을 때 나와서 고향을 잘 기억은 못하지만, 그래도 꿈이 고향에 화장품 공장을 세우고 싶다고 합니다. 그때 저는 정말 북한은 얼마나 대단한 기회를 놓치고 있는거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매출 1위 화장품 회사 회장님이 북한 고향에 화장품 공장을 세워주면 이건 엄청난 기회인 겁니다. 중국제보다도 훨씬 못한 신의주 화장품을, 북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지어내서 풍선처럼 부풀려 자랑하지 말고, 빨리 문을 열고 나와 이런 기회를 잡으면 북한도 한국 화장품의 인기에 힘입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이 회장님이 생전에 고향에 가서 꼭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빨리 핵을 폐기하고 문을 여십시오. 그리고 그런 기회의 문은 비단 화장품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도 다 열려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8월 3일 대북방송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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